“출시 다음 날이면 콘텐츠가 유출됩니다. 하지만 누가, 어디서 빼갔는지는 알 수 없었죠.”
콘텐츠 제작·유통 업계가 불법 복제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기존 워터마크 기술의 한계를 보완한 ㈜뮤즈블라썸의 기술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콘텐츠 디펜스’는 음원·영상·이미지 콘텐츠에 고유 정보를 은닉해 유출 경로를 추적하고, 불법 사용에 대한 법적 근거까지 확보한다.
무력화된 워터마크, 다시 해법을 찾다
지난해 한국 콘텐츠 불법 복제와 저작권 침해로 인한 산업 피해 규모는 약 2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한 곳에서 발생한 피해만도 5조 원 수준이다. 웹툰과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출시 당일 또는 다음 날 바로 불법 사이트에 유통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저작권 보호 정책은 대부분 사후 모니터링과 신고, 법적 조치에 머무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공공기관도 불법 유통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사전 보호 기술’ 도입에 무게를 싣고 있으며, 뮤즈블라썸은 저작권 보호 체계의 ‘앞단 기술’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뮤즈블라썸은 2021년 배경음악(BGM) 서비스로 출발했다. 그러나 배경음악은 저작권 등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불법 사용을 막을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콘텐츠 보호 방안을 고민하던 끝에 직접 워터마크 기술 개발에 나서게 됐다.
뮤즈블라썸이 개발한 콘텐츠 디펜스는 음원을 주파수 단위로 분해한 뒤, 가장 자연스러운 구간에 데이터를 은닉하는 방식이다. 다시 조합하면 사람의 귀로는 전혀 인식되지 않지만, 자체 알고리즘으로 분석하면 특정 코드와 문자를 추출할 수 있다.
이 코드에는 콘텐츠를 배포한 사용자 정보가 담긴다. 불법 사이트에서 콘텐츠가 발견될 경우, 최초 유출자를 특정할 수 있는 포렌식 근거가 된다. 이를 바탕으로 불법 유통자나 복제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다.
물론 워터마크 기술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글로벌 OTT 기업들 역시 워터마크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콘텐츠가 하루 만에 복제 사이트로 유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워터마크를 해체하거나 우회하는 방식이 늘어나면서 업계에서는 기존 기술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뮤즈블라썸의 콘텐츠 디펜스는 워터마크를 해체할 경우 콘텐츠 자체가 심각하게 훼손돼 정상적인 유통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된 점이 차별점이다.
또 일반적으로 워터마크는 화면이나 음원에 흔적을 남기고, 과도하게 삽입되면 잡음 등으로 품질 저하를 유발한다. 뮤즈블라썸은 가장 유효한 위치에 워터마크를 선별 배치해 콘텐츠 품질까지 함께 보호한다.
조은선 대표는 “기존 기술은 검출률을 높이기 위해 과도한 워터마크를 삽입하면서 잡음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우리는 원본 품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워터마크를 제거하려 할 경우 콘텐츠 자체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뮤즈블라썸은 오디오 워터마크를 넘어 이미지와 영상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으며, 국내 특허 등록 3건과 출원 5건, 미국 특허 출원도 진행 중이다.
뮤즈블라썸의 기술 확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오디오 분석 기술을 축적해온 이들은 AI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앱 ‘콜가드 AI’를 지난달 공식 출시했다. 음악 유통사 등을 중심으로 “AI 보컬·합성 음성을 걸러낼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지며 관련 기술 개발이 본격화됐고, 합성 음성으로 지인이나 가족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하면서 이를 탐지하는 앱으로 발전시켰다.
콜가드 AI의 핵심은 △피싱 시나리오 문맥 인식 △합성 보이스 탐지 △온디바이스 경량화다. 이를 통해 피싱 시나리오와 합성 보이스를 인식해 사용자에게 알리고, 온디바이스 경량화를 통해 통화 내용과 음성 데이터가 외부 서버로 유출되지 않도록 설계됐다.
현재는 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음성 인식 서비스 기업 등과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언어팩 기반 구조로 설계돼 현지 데이터를 결합하면 국외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크다.
조 대표는 “금융감독원 공개 데이터와 피싱 사례를 수집해 연관된 시나리오를 구축했다”며 “피싱 시나리오 6만 건, 합성 보이스 7만 건을 연구했으며, 앞으로도 사례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서비스는 경남형 팁스(민간투자 연계 기술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되며 약 14개월 만에 실험실 수준의 기술을 사업화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경남도가 주최하고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한 경남형 팁스 사업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참여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화 자금 지원과 투자유치설명회(IR) 참여 기회를 제공했다.
사업 운영사인 ㈜경남벤처투자는 1억 원을 직접 투자하고 멘토링과 컨설팅 등 스케일업 전반을 지원했으며,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총 2억2000만 원의 사업화 자금을 연계 지원해 기술과 서비스 고도화를 뒷받침했다.
뮤즈블라썸이 내세운 목표는 분명하다. 모든 디지털 콘텐츠의 신뢰성을 기록하고 검증하는 기술이 표준이 되는 것이다.
조은선 대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콘텐츠 보안과 음성 보안 기술을 함께 선도하는 R&D(연구개발) 중심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며 “사업화와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용되는 표준 기술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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