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안정록
하버드 건축대학원(GSD)에서 조경설계 석사를 공부할 정도로 저는 오래전부터 생태와 기후변화, 그리고 자연과 도시의 관계에 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학부 시절부터 자연 환경과 도시 공간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 공부해왔고, 대학원에서는 생태적 설계와 기후 변화 대응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단순히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것을 넘어, 자연이 도시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후 변화 시대에 조경과 생태 설계가 어떤 방식으로 도시를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계속 고민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점점 더 강하게 들었던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중요한 자연과 생태적 공간이 왜 일부 프로젝트나 특정 계층에만 제한적으로 전달될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조경은 도시 환경을 바꾸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분야지만, 실제 산업을 들여다보면 많은 가능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현장에서는 여전히 비효율적인 유통 구조와 정보의 단절로 인해 좋은 나무와 자연 자원이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경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수많은 나무와 식물 자원이 필요하지만, 어떤 농장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가격은 어떤지, 물류는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전화나 인맥, 경험에 의존해 나무를 찾고 거래하는 구조였습니다. 저는 그 구조를 보면서, 이 산업이 가진 잠재력에 비해 시스템이 너무 오래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조경 산업에서 단순히 설계를 하는 역할을 넘어서, 이 산업의 구조 자체를 더 잘 작동하게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연과 생태가 더 많은 도시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좋은 설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설계를 가능하게 만드는 산업 구조와 공급망 역시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민 끝에 시작한 것이 바로 루트릭스입니다. 루트릭스는 단순히 나무를 거래하는 회사가 아니라, 조경수 유통 시장의 정보를 데이터로 정리하고 유통 과정을 효율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자연 자원이 더 잘 흐르고 더 많은 공간에 전달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루트릭스를 통해 조경 산업의 비효율적인 구조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연과 도시가 더 건강하게 연결되는 생태적 인프라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CTO - 김유겸
조경을 전공하고 자연 공간을 설계하는 일을 해왔지만, 처음부터 전통적인 의미의 조경가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간을 감각이나 미학만으로 바라보기보다, 기술을 통해 공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일에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설계 회사와 CG 회사에서 일하며 설계안을 디지털로 구현하고 시뮬레이션하거나, 설계 언어를 기술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설계 현장에서 일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저는 공간을 시스템적으로 이해하려는 방식에 익숙했지만, 많은 조경가들은 장소의 맥락과 경험을 바탕으로 훨씬 직관적인 방식으로 설계를 발전시키고 있었습니다. 그 차이를 보면서 기술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학 선배였던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고, 처음에는 창업이 아니라 함께 공부하고 고민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약 1~2년 동안 조경 이론, 도시, 생태, 산업 구조 등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의 생각을 맞춰갔고, 이후 창업경진대회에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루트릭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산업의 문제를 데이터와 정보 비대칭의 문제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 들어와 보니, 단순한 데이터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운영의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살아있는 나무를 다루는 산업이고 프로젝트 기반 거래가 많기 때문에, 정보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루트릭스는 단순한 수목 유통 회사가 아니라, 조경 산업에서 아직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 레이어와 운영 레이어, 그리고 신뢰 기반을 함께 만들어가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과정에서 기술을 적용하는 역할을 넘어, 기술이 실제 산업 안에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